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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재활용산업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정용호 이사장을 <전기신문>이 만났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839)
#2022년 11월 10일, 경기 이천 호텔 인트라다 3층. 전선업계 주요 인사 40여명은 이날 사단법인 한국전선재활용공제조합의 창립을 선언한다. 새로운 전선 산업 역사의 시작이다.
이날 초대 이사장직을 맡은 정용호 고려전선 대표는 이후 1년 동안 조합의 기틀을 다지고 조직의 비전을 확립해왔다. 서울 중구에 사무실을 마련한 조합은 조직을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며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선재활용산업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정용호 이사장을 <전기신문>이 만났다.
▶ 취임하신 지 1년이 됐다. 이사장으로서 지난 1년을 평가하신다면.
"조직이 새로 만들어질 때는 할 일이 많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듯 첫 스텝을 잘 밟아야 백년대계를 바라볼 수 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조직과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비전과 핵심 가치를 정립했다. 조합이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존재 이유와 역할을 분명히 했다. 공정과 상생, 발전을 강조했다. 추구하는 가치를 정립한 뒤에는 조직을 정비했다. 지금까지 재활용사들의 협의체가 없었는데, 상생을 하려면 서로 의견을 공유할 협의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의무생산자 협의체를 조직했다. 이 작업을 하는데만 3달이 소요됐다. 조직을 구성하는게 간단한 일이 아닌데다 최근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을 뽑고 쓰는 일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임원에게 위임할 수도 있었지만, 직원 채용 면접은 내가 직접 봤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우리의 목적을 뚜렷이 인식하고 생각을 공유하는데 노력했다. 나는 재활용을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내 생각을 알리고 조합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공유했다. 지난 1년은 이러한 조직의 방향성과 체계를 갖추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 대기업들의 재활용사업 참여가 업계에 우려를 낳고 있다. 수요와 공급 구조도 문제지만, 대기업의 재활용 효율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기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핵심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건을 소비한 뒤 폐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한 뒤 이를 다시 사용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저희 조합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인데, 우리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이러한 순환경제를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군의 순환경제는 화학적 재활용에 집중하는데, 화학적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과는 차이가 있으며 그 한계도 뚜렷하다. 물리적 재활용은 투입량과 산출량의 차이가 크지 않아 대부분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이 된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찌꺼기로 배출되는 폐기물이 발생하곤 한다. 물리적 재활용이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대기업군이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면 물리적 재활용을 하는 영세한 재활용 업체에 원재료 수급 부족, 매입가격 상승 등 악영향을 미칠 염려도 있다. 이는 관련 업체와 업계 존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물리적 재활용을 우선으로 하되 그러기 어려운 품목에 대해 화학적 재활용을 하는 구조가 적절해 보인다."
▶ 2024년 조합의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우선 전력‧통신선 품목의 의무생산자 추가확보와 홍보 사업이 중요하다. 특히 의무생산자 중 수입사들의 가입을 독려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조합 홍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공제조합의 중요 업무인 회원사 실적 검증을 철저히 관리해 재활용의무율 달성에 무리가 없도록 할 예정이다.
중장기 계획으로는 재활용사들의 품질 개선을 지원하고 전선용 재활용품 사용 확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대기업들의 재활용품 사용이 저조한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 재활용품 내수판매 확대, 분담금 차등화를 위한 연구용역도 준비중이다.
순환경제의 구현을 위해선 업계 선도적 기업, 대기업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재활용 제품은 품질 우려가 있을까봐 안 쓰겠다”와 같은 자세를 갖는다면 순환경제는 허울뿐인 허상이 될 것이다. 대신 선진국처럼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좋은 제품이란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전력공사에 납품하는 제품에 재활용 PVC를 사용해도 되느냐는 질의를 한 적이 있다. ‘품질이 기준에 적합하면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잘 안쓴다. 한전이 나쁘단게 아니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재활용 제품이라 하면 기존 제품과 다르게 보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만 순환경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업들도 재활용 제품이 기존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품질 보증을 해야 한다.
순환경제가 실현되려면 ▲생산자의 품질 보장 ▲소비자의 인식 변화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이를 이끌어내는 게 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업들의 상생 정신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이러한 노력들이 부족한 것 같다. 기업들이 더 노력해야 하고, 한전 등 공기업들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만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 재활용 시설에 대한 님비 현상이 있다고.
"우리나라는 이 님비 현상이 매우 강하다. 어느 지역이던 자기 지역에는 재활용 시설 설치를 심하게 반대한다. 지자체도 조금이라도 민원이 생기면 허가를 안해준다. 재활용을 하려면 어딘가 관련 설비는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살지 않는 산골짜기안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활용 산업을 시작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번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는데, 현지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 “후지산 바로 앞에 재활용설비업체가 있다”더라.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고 또 인상적이었다. 후지산은 일본의 명소인데 그런 장소에도 재활용 설비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 관계 기관과 정부 부처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규제는 점점 심해지는데 정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적어 재활용업체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예로 재활용을 선별하기 위해 업체 마당에 물건들을 내어놓고 작업을 하는데, 폐기물을 외부로 노출했다고 과태료 처분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넓은 부지를 확보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핑계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폐기물재활용 시설이라고 신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기존 시설의 증축도 까다로운 것이다. 결국 업체들은 비좁은 부지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하는 걸 강요받는다. 환경시설이 민원 우려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와 압박은 심해지고 그만큼 재활용 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걸 느낀다. 세상은 친환경을 추구한다지만 일선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관계 부처인 환경부, 그리고 지자체에서 기업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확대해 주시고 필요 이상의 규제는 완화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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